다초점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대비감도가 떨어진다는데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나요?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들어온 빛을 여러 초점으로 나누어 쓰기 때문에 단초점에 비해 대비감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정도는 렌즈의 재질과 광학 설계에 따라 달라지며, 같은 다초점끼리도 측정값 차이가 확인됩니다.
대비감도는 시력과 다른 지표입니다. 시력표는 흰 배경에 검은 글씨, 즉 대비가 가장 뚜렷한 조건에서 재는 값입니다. 반면 대비감도는 경계가 흐릿한 대상을 구분하는 능력이어서 어두운 실내나 안개, 야간 운전처럼 대비가 낮은 상황에서 체감 차이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시력검사표에서 같은 결과가 나와도 생활에서 느끼는 선명함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다초점에서 대비감도가 낮아지는 이유는 회절 구조의 작동 방식에 있습니다. 회절식 렌즈는 계단 구조로 빛을 여러 초점에 배분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 초점에 돌아가는 에너지가 줄고 일부는 초점을 만들지 못하는 방향으로 흩어집니다. 단초점 렌즈는 빛을 한 초점에 모으므로 선명도와 눈부심 면에서 유리하지만, 정해진 거리 밖에서는 안경이나 돋보기가 필요합니다.
측정 방법은 이렇습니다. 2022년 BMC Ophthalmology 연구는 박명 조건인 0.6cd/m2에서 5m 거리로 6.3도부터 0.64도까지 여섯 단계의 시표를 제시하고, 그 결과를 로그 대비감도 함수 면적이라는 하나의 값으로 환산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HEMA가 포함된 재질의 다초점 렌즈군은 1.449, 기존 재질 렌즈군은 1.358로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여섯 단계 모두에서 같은 방향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기계로 측정하는 광학 지표인 객관적 산란지수는 1.594와 1.856, 변조전달함수 절단값과 스트렐 비에서는 통계적으로 뜻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기계 지표만으로는 잡히지 않은 차이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비감도 검사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 대비감도 면적과 뜻있는 상관을 보인 광학 지표는 빛의 흩어짐을 재는 객관적 산란지수 하나뿐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다초점 렌즈가 단초점보다 광학적으로 더 민감할 수 있다고 해석했고, 관찰 기간이 길어지면 재질에 따른 차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세극등 현미경에서 혼탁이 보이지 않아도 재질의 투명도가 시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수술 2개월 시점의 결과이고 65세 이하의 단순 백내장만 대상으로 했으므로, 그대로 모든 눈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연구의 주관적 빛 현상 설문에서는 빛 현상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9.9%와 3.1%, 심하다는 응답이 11.3%와 25.0%로 나뉘었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중등도 이상으로 답한 비율이 49.3%를 넘었다고 밝혔으므로, 다초점 렌즈에서 빛 번짐 자체가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조사가 제시하는 메타분석 자료에서는 10개국 580명을 대상으로 한 11개 연구에서 시각 이상을 경험한 비율이 빛 퍼짐 2.6%, 빛 번짐 1.4%, 눈부심 0.8%로 집계돼 있습니다.
참고로 대비감도는 인공수정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각막의 투명도와 표면 상태, 눈물층의 균일함, 뒤쪽 막의 혼탁 정도가 모두 영향을 줍니다. 검사도 밝은 조건이 아니라 박명 조건에서 해야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과 연결됩니다. 야간 운전이 직업인 분이나 어두운 실내에서 정밀 작업을 하는 분은 이 검사를 수술 전에 미리 받아 두면 렌즈를 고르는 기준으로 쓸 수 있습니다.
대비감도의 여유가 적은 눈이라면 렌즈 선택이 더 까다로워집니다. 녹내장이나 망막질환, 황반변성이 있으면 빛을 나누어 쓰는 렌즈가 오히려 불리할 수 있고, 야간 운전이 많은 분께는 단초점을 권하기도 합니다. 잔여 난시를 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며, 눈이 건조해 각막 표면이 고르지 않으면 같은 렌즈로도 대비감도가 떨어져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박명 동공과 각막지형도, 망막과 시신경 검사 결과를 함께 봐야 가능하므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