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작업이 많은 직업이면 인공수정체 초점 거리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모니터를 보는 거리, 즉 60cm 안팎의 중간거리가 잘 확보되는 인공수정체를 우선 검토합니다. 3중 초점 렌즈 가운데 상당수는 중간 초점이 80cm에 맞춰져 있어 책상 앞 작업 거리와 어긋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0cm라는 기준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산업안전보건 기준, 미국검안협회가 제시하는 컴퓨터 모니터 권장 거리를 평균하면 약 60cm이고, 젊은 작업자와 고령 작업자의 모니터 거리를 조사한 인간공학 연구도 비슷한 값을 제시합니다. 반면 80cm는 키가 205cm 정도인 사람의 팔 길이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 제조사 자료는 한국인 인체 치수 조사의 팔 길이 항목까지 함께 검토해, 80cm가 실제 생활 작업 거리로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설계상의 차이는 회절 구조의 단계 수에서 나옵니다.
3중 초점은 계단 높이가 2개, 부가 도수가 2개입니다. 중간 초점을 80cm에 두고 40cm 근거리를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4중 초점은 계단 높이가 3개, 부가 도수가 3개입니다. 120cm 초점으로 갈 빛을 원거리로 되돌려 쓰고, 중간 초점을 60cm에 두면서 40cm 근거리를 함께 확보합니다. 근거리 부가 도수는 3.25디옵터, 중간거리는 2.17디옵터로 배분됩니다.
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후자 계열은 3mm 동공에서 빛의 88%를 망막으로 보내도록 설계됐고, 회절 구조가 새겨진 영역의 지름을 4.5mm로 잡아 동공 크기와 조명 조건의 영향을 줄이려 했습니다. 설계상 확보하려 한 시야 범위는 40cm에서 60cm 구간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이후 개선된 제품은 빛 활용률을 94%로 높이면서 60cm에서 1.5m에 이르는 생활형 중간거리 시야를 강화했다고 기술합니다.
빛을 나누는 비율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이 설계는 들어온 빛의 절반을 원거리에 배분하고 나머지를 근거리와 중간거리에 고르게 나누도록 돼 있습니다. 중간거리를 60cm 쪽으로 당긴다는 것은 그만큼 모니터 거리에 쓰이는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수치로 제시된 결과도 있습니다. 14개국 513명을 대상으로 한 13개 연구를 모은 분석에서는 수술 후 안경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원거리 96%, 중간거리 96%, 근거리 90%로 집계됐고, 같은 계열 렌즈로 시술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일상적인 근거리 활동에 안경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수술 6개월 뒤 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양안 교차 선호도 연구에서는 4m 원거리와 120cm 구간에서 개선된 제품을 더 또렷하게 느낀 응답이 많았고, 66cm 중간거리와 40cm 근거리에서는 두 제품의 응답이 비슷하게 나뉘었습니다.
다만 중간거리만 보고 고르지는 않습니다. 책이나 악보를 오래 보는 분은 근거리와 원거리를 함께 확보하는 3중 초점이 유리할 수 있고, 야간 운전이 많은 분께는 단초점을 권하기도 합니다. 다초점 렌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빛 번짐과 달무리가 야간 시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초점은 선명도가 높고 눈부심이 적은 대신 정해진 거리를 벗어나면 안경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놓고 비교합니다. 모든 눈에 같은 다초점 렌즈가 맞는 것은 아니어서, 생활 패턴과 어긋나는 렌즈가 들어가면 시야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망막질환이나 녹내장, 황반변성처럼 시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있으면 다초점 자체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 컴퓨터 작업 시간과 무관하게 먼저 확인합니다.
거리를 정하는 기준은 도수 계산으로도 이어집니다. 목표 도수가 조금만 밀려도 60cm에 맞춘 설계가 실제로는 70cm나 50cm 쪽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니터 거리는 직접 재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앉은 자세에서 눈과 화면 사이를 줄자로 재고, 노트북과 데스크톱, 태블릿을 각각 확인해 두면 상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상담 전에 정리해 두시면 좋은 항목은 하루 중 가장 오래 보는 거리, 직업과 취미, 야간 운전 빈도, 난시 유무, 녹내장이나 망막질환 병력입니다. 인공수정체는 나중에 바꿔 끼우기 어려워 처음 선택이 중요하므로, 각막과 망막을 함께 살피는 정밀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