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렌즈가 놓이는 공간은 가로보다 세로가 더 넓나요?
세로 방향이 더 넓습니다. 2024년 8월 PLOS ONE 연구에서 646안을 측정한 값을 보면 수평 고랑사이거리는 11.32±0.60mm, 수직 고랑사이거리는 11.60±0.28mm였습니다. 같은 눈들의 흰동자에서 흰동자까지 거리는 11.62±0.32mm였는데, 이 각막 겉면 지표만으로는 방향에 따른 차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고랑은 홍채 뒤쪽, 자기 수정체 앞쪽에 있는 공간입니다. ICL은 이 자리에 얹히는 렌즈이고 고정하는 장치가 따로 없기 때문에, 고랑의 지름과 모양이 렌즈의 안정성을 좌우합니다. 렌즈 형태가 길쭉한 직사각형에 가깝다는 점도 방향이 문제가 되는 이유입니다.
고랑을 평면으로 펼쳐 보면 위아래로 길쭉한 타원 모양이 나타납니다. 렌즈를 가로로 넣으면 짧은 지름에 놓이므로, 일단 돌기 시작하면 더 긴 세로 축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돌아갈 여지가 남습니다. 반대로 세로로 넣으면 이미 긴 지름에 자리 잡은 상태여서, 회전이 시작돼도 이를 억제하는 방향의 힘이 작용합니다.
편차도 방향에 따라 다릅니다. 위 연구에서 수평 고랑사이거리의 표준편차는 0.60mm, 수직은 0.28mm였습니다. 수평 지름은 사람마다 넓게 흩어지고 수직 지름은 상대적으로 모여 있다는 뜻이어서, 수직 방향은 크기 예측이 비교적 일정한 편입니다.
렌즈 크기를 고를 때의 여유도 달라집니다. 제조사 프로그램은 굴절검사값, 각막곡률, 흰동자 거리, 각막두께, 전방깊이를 입력해 렌즈 도수와 크기를 계산합니다. 상대적으로 좁은 수평 지름을 기준으로 회전까지 억제하려면 렌즈를 키워 고랑에 꽉 끼게 넣는 선택으로 기울기 쉽고, 수직 지름은 여유가 있어 같은 목적을 위해 크기를 키우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난시 도수가 없는 렌즈에서는 수평으로 넣은 뒤 볼팅이 예상보다 높을 때 렌즈를 수직으로 돌려 볼팅을 낮추는 방법이 알려져 있는데, 이 역시 수직 지름이 더 넓다는 해부학적 사실에 근거합니다.
두 방향의 고랑사이거리는 흰동자 거리로 추정할 수 없어 별도 검사가 필요합니다. 고랑은 홍채에 가려져 있어 각막 지형도만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 연구에서도 전방깊이와 흰동자 거리는 펜타캠으로, 수평과 수직 고랑사이거리는 초음파 생체현미경으로 각각 측정했습니다. 2024년 3월 일본 ICL 학회에서 이종호 대표원장이 발표한 자료 역시 렌즈 크기를 정할 때 흰동자 거리, 전방각 거리, 고랑사이거리, 전방폭을 여러 장비로 함께 재야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정리했습니다.
수치의 분포도 참고가 됩니다. 위 연구에서 수평 고랑사이거리는 10.70mm에서 12.30mm, 수직 고랑사이거리는 11.00mm에서 12.70mm 구간에 분포했습니다. 수직 지름은 위쪽 끝값이 더 크고 아래쪽 끝값도 더 높게 나타나, 평균만이 아니라 분포 자체가 넓은 쪽에 놓여 있습니다.
측정 시점과 장비를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랑 지름은 수술 전에 초음파로 재고 수술 후 볼팅은 산동 상태에서 전안부 빛간섭단층촬영으로 확인하는데, 장비마다 기준면이 달라 같은 장비로 측정한 값끼리 비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세로가 더 넓은데도 오랫동안 렌즈를 가로로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구멍이 없는 렌즈를 삽입할 때 방수가 갇히지 않도록 홍채 위쪽에 레이저로 구멍을 만들었고, 그 구멍을 렌즈가 가리지 않게 하려면 가로로 두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2011년 이후 중앙에 구멍이 있는 모델이 나오면서 홍채에 구멍을 만들 필요가 줄었지만, 렌즈 제작 기준은 수평 삽입을 전제로 유지됐습니다.
방향 선택은 회전뿐 아니라 볼팅에도 이어집니다. 위 연구에서 수술 3개월 후 볼팅은 수직형 462.24±117.89μm, 수평형 539.52±154.00μm로 수직형이 낮았습니다. 같은 눈들의 전방깊이는 평균 3.36mm, 각막두께는 평균 531μm로 두 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으므로, 볼팅 차이는 전방 구조가 아니라 삽입 방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고랑의 모양과 두 방향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실제 삽입 방향과 렌즈 크기는 본인의 측정값을 확인한 뒤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해야 합니다.
